모뉴엘 엑소더스 : 황당한 상황.. 그리고 당황한 우리 (5) 가족 이야기

2014년12월 10일 현재, 저는 모뉴엘을 탈출했습니다.
매일 한 장씩 풀어볼까 했는데 쉬운게 아니네요.
짧지만 절대 짧지 않았던 지난 두달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실명 대신 이니셜과 약칭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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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부엉이는 외롭다.

첫 방문업체와의 약속이 확정된 뒤 나는 '과제 양도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적으로 풀어야 할 내용들이 많아 올곶이 나혼자만의 일이 되더군요.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할 수 없어 보류시킨 상태에서 팀원(연구원)들에게 연구 성과에 대한 자료를 작성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였습니다.

언제 자물쇠가 채워질 지 모르는 모뉴엘 제주사옥 내 연구동에서 다른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걱정을 나누든 담배를 피우며 주변을 서성이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니까요.

한라산의 밤길은 무섭습니다. 그 흔한 가로등도 없고...
우연치고는 기가 막히게도 그날 끌고 온 중고 SM3는 양쪽 전조등이 모두 나간 상태! 
그저 장난감 손전등보다 못한 밝기의 미등만이 함께 하는 상황인데 하필이면 아침녘 출근길에 보았던 '로드킬 당한 노루의 사체'때문에 산간도로 어디서 노루가 뛰쳐 나올지 모르는 두려움..

칠흑같이 어두워지면 귀갓길이 심란합니다.

아직은 천지 구분이 흐릿하게나마 되는 시간에 사무실을 나서 집으로 가는 동안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오더군요.

"장난감 손전등을 차 앞에 붙이고 달리는 편이 훨씬 낫겠네. @$#~~"

집에 도착하면 여왕님과 두명의 공주가 나를 반깁니다.

이럴때 더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저녁을 차려주는 여왕님이 고마웠습니다.  

밥 먹은 뒤 평소처럼 두 공주들과 신나게 놉니다.

시은이에게는 내 나름 다양한 목소리를 흉내내어 구연동화를 들려줍니다.

시은 : "~ 아빠~  얘는 여자니깐 이쁜 목소리루 해줘요~"

아무리 봐도 동화책 속의 주인공은 성별을 알 수 없는 동물인데 우리 시은이는 이미 성별과 나이를 파악했다네요.
나 : "ㅠ.ㅠ 알았다.. (여자 목소리로)~ 호호호~ 그랬어요~"

시아와는 장기자랑과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오늘도 우리 시아는 학교(작은 분교)에서 배운 노래와 춤을 보여주며 한껏 자랑을 합니다.
나 : "와~~~ 우리 시아 짱!! 다른건 또 없어?"

이제 세 부녀가 한데 모여 노래와 춤을 즐길 시간입니다.
샘이 많은 시아는 동생보다 먼저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나만 아는 자작곡을 신나게 불러 제껴봅니다.
"춤추는 짜장면~ 
 춤추는 짜장며어언~~~~~~~
 어른들은 짬뽕!
 아이들은 짜장면~
 춤추는 짜장면~~"

이래저래 밤 10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을 방에 누이고 아내와 마주 앉아 상황을 나누고 말합니다.

나 : "업체를 만날때 쓸 자료를 만들어야 해. 미안한데 먼저 자요"

여왕님 표정에 걱정과 불만이 많네요.

여왕님 : "왜 맨날 당신만 혼자 밤 새면서 이런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냥 각자 구직활동 하는게 낫지 않아요?"

맞습니다. 여왕님의 말이 100번 맞는데 난 조금 다르게 생각했거든요.

나 : "그렇긴 한데.. 제주도에서 구직활동은 어려워. 수도권도 마찬가지고. 지금은 과제의 가치가 있을 때 팀원들을 묶어서 하나로 제안하는게 맞아. 그리고, 다른 참여기관들은 무슨 죄라고 모뉴엘때문에 피해를 당해야 해?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한다면 그게 모두 살리는 방법이야. 이해해 줘"

내 방(시아 방이라고도 하구요^^;)에 들어가 다 못하고 갖고 온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작업하며 노래를 듣는 호사는 애초 즐기지도 않구요.

한참을 혼자 작업하는데 한시간 여 지난 줄 알았건만 방 창문이 벌써 환~하네요.

잠 한숨 못자고 다시 자료를 챙겨 사무실로 향하지만 졸리질 않습니다. 그저 마음만 답답했을 뿐..

몇날 밤, 선흘리 부엉이는 그렇게 키보드만 손톱으로 후벼 팠습니다.


12. 서울을 가로질러 판교로 향하다!

첫 날 가기로 한 업체는 총 세곳이었습니다.
크루OO, 핸디OOO, 띵OO어.

크루OO는 팀원들이 업체를 무작정 서칭하다가 우연히 해당 사의 국책과제 담당자와 연결이 되어 약속이 잡혔었구요.
핸디OOO는 김박사님께서 연구소 내 다른 분을 경유해 약속이 잡혔습니다.
그리고, 띵OO어는 팀 내 최장신 팀원의 전 직장이기도 해서 약속이 잡혔습니다.

첫 발걸음에 세군데나!
그리고, 모두 규모나 건실성에서 매력적인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하루 안에 세곳을 방문해 소개/협의하기는 빠뜻했죠. 그래서 부득이 박 부장님과 동선을 나눌 요량으로 맵을 조회해 봤는데...

"헉! 같은 지역이야~ 그것도 서로 코 앞이야!!!"

네. 세곳 모두 판교에 있다고 나오더군요.

며칠 뒤 우리 두사람은 김포공항에 내렸고 바로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 판교로 향했습니다.

나 : "제안 설명은 제가 할테니 형님은 기술적이 부분에 질문 나오면 대응해 줘요"
박 :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죠"

판교로 가는 1시간 여 버스에서 오늘 미팅이 잘 되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덧글

  • 하얀밀꾸 2015/02/06 20:30 # 삭제

    오랜만에 쓰신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파이팅 입니다!!
  • 시아아빠 2015/02/07 15:18 #

    ^^;; 잠깐의 부침이 있는 상황이라서 못 썼었네요^^;
    이제 다시 풀어내려고 합니다.
  • 선생님!! 2015/02/06 21:56 # 삭제

    글 너무잘봤습니다.
    시간 되실때 나머지 얘기도궁금하네요.
    가정에 평화가있으시길
  • 시아아빠 2015/02/07 15:18 #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일시적이라도 기러기가 되니 마음 답답~ 걱정 충만하네요.
  • 2015/03/13 13:06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시아아빠 2015/03/16 23:19 #

    이히^^
    최 매니저님. 요즘은 제가 글 올리는게 귀찮아서 아직 글도 다 못 썼는데 이걸 보셨네요^^;;
    음.. 우리 팀원들은 죄다 성남 상대원동 꼴짜기에 버려놓고 저만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아직 드리긴 좀 그렇고.. (눈이 많아서 -.-;;;)

    조만간 연락드릴께요^^
  • 팥차 2015/06/13 04:20 # 삭제

    정말 잘 봤습니다.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 어떻게 잘 해결하셨나요?
  • 시아아빠 2015/06/14 00:22 #

    아이구~ ^^;;
    제 글을 읽는 분이 계시네요^^;;

    뒷얘기들을 아직 쓸게 많은데 이것 참.. 재미난 얘기도 아니고 해서 계속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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