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12월 10일 현재, 저는 모뉴엘을 탈출했습니다.
매일 한 장씩 풀어볼까 했는데 쉬운게 아니네요.
짧지만 절대 짧지 않았던 지난 두달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실명 대신 이니셜과 약칭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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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떻게 말해야 하지?
청주공항에서 제주도로 돌아오자마자 아주 힘들게 여왕님에게 지금의 상황을 말했습니다.
힘들지만 해결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찾았다고 덧붙였죠.
아내 : “.....” |
정말 고마웠습니다.
또래 여자들보다 최소 2~3배, 나보다도 더 잘 벌던 직장을 때려치고 제주도에 함께 온 사람이라 본인도 많이 아쉽고 지금의 이 사태가 무척 힘이 들었을 텐데도 말입니다.
난 이제 본격적인 해법 찾기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여왕님은 그게 아니었죠. 나한테는 강하게 “잘될거야”라고 했지만 걱정이 없었을까요?
당장은 장인/장모님, 우리 어머니, 그리고 형제와 지인들...
여왕님은 부모님들 걱정하실까봐 말도 못하고 속만 끓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7. 이런걸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
여왕님의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우리 집사람은 성격이 무척 활달하고 강하지만 마음이 참 여린 친굽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회사에 질릴만도 한데 외려 활동을 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와 비교해 못해도 10배 이상은 과감한 성격이라 연애 시절에도 여행을 간다던가 영화를 볼 때 거의 대부분을 집사람이 결정하곤 했습니다.
여자 중에는 정신력에 있어서 꽤 강한 축에 드는 이 친구가 이번 사태를 맞아 무척 분했을겁니다. 억울했을거구요.
어느날...
잠에서 깨고 보니 여왕님이 핸드폰으로 뭔가를 쓰고 있습니다.
나 : “당신 안자고 뭐했어?” |
과감한 실행력!
며칠 뒤, 저녁식사 후 뉴스를 보는데 자꾸만 “왜 안나오지?” 하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더군요.
잠시 뒤...
헉!
우리 집이 TV에 나왔습니다.
조금 있으니까 여왕님이 인터뷰하는 화면이 나오더군요.
공주들 : “와~ 우리집 나왔다! 엄마~ 엄마두 나왔어요~ 꺄르르~~” |
눈물은 한방울도 안흘리고 당당하게 인터뷰했다고 하더니.. 끝 부분에 눈물을 흘리네요.
TV로 보는데 내 속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도치 않았던 웃음이 터졌어요.
나 : “잠깐만... 당신 저거 걸레 아냐? 걸레를 뭐하려고 게?” |
친절한 KBS 기자분이 카메라는 멀~~리서 진심 멀~~~~~리서 Zoom-In으로 찍어 주셨더군요.
어쨋건 이 뉴스는 제주도에서만 방송된 탓에 동네 사람들은 죄다 아는 - 하지만, 가족 친지는 아무도 모르는 - 유명인이 되었습니다.
8. 계/산/서
지금의 사태를 탈출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갖고 있는 패를 살펴봐야 답이 나올 것 같더군요.
내가 가진 패...
전부 흐트러뜨려 살펴 보니 결국 남는건 두 개.
하나는 Positive!.
다른 하나는 Negative!
그 외 조건은 모두 부수적인 옵션일 뿐이었습니다.
9. 형님~ 나좀 도와줘요!
지금까지 내가 다닌 회사가 대략 15~18곳 정도 됩니다.
핑계없는 무덤없다고 나 역시 이직 이유는 무척 많죠.
그런데, 지금까지 다닌 회사 중에 단 한군데만 5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퇴사했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그 일만 없었더라면 지금도 쭉~ 그곳에 있었을 겁니다.
사내 정치.. 조직 개편.. 아무튼..
당시 함께 근무했던 선배와 후배들이 그곳에 많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팀 양도 제안서’를 작성한 뒤 그곳에 있는 도사 형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 |
못 본지 몇 년째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연락이 되면 이렇게 반겨주는 선,후배가 있어 마음이 푸근해 지는 그런 회사죠.
소개자료를 메일로 보내놓고 생각이 닫는 몇군데 더 연락을 취합니다.
하지만, 친구나 후배에게는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괜한 걱정을 하게 될테니까요.
다음 날, ETRI 김 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나 : “네 박사님, 신승민입니다. 말씀하세요” |
10월23일은 진짜 바빴습니다.
첫 타석이기도 했지만 하루 안에 업체 세 곳을 만나야 했거든요.
10. 혼자 다녀올께요 Vs. 같이 가요
우리 팀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기존 연구개발팀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건 팀의 성격 상 ‘연구원’ + ‘기획’으로 구성되었다는 거죠.
모뉴엘 근무 중에도 다른 개발팀과 비교할 때 꼭 차별점으로 부각된 사항이 ‘전문 기획자’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문 기획자’는 ‘PM','연구기획’,‘과제 총괄 책임자’를 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팀은 2인 체제로 돌아가는 형태였는데요.
박OO 부장님은 팀장인 동시에 ‘제품 개발 PM'.
나는 ’기획/연구기획 전담‘인 동시에 ’과책/과제 PM'
대부분의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늘 박 부장님과 내가 의논해서 결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제품 개발’이나 ‘연구’ 보다는 사업적으로 풀어야 할 이슈가 많은 탓에 박 부장님의 역할이나 책임이 클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반의 성격-책임감 갑, 정직/성실맨-상 책임을 함께 나눠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시더군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부담스럽기도 했구요.
나 : “형님, 이건 나 혼자 다녀 올께요” |
결국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부담되더군요.
‘이 형님.. 성격이 강직해서 필요없이 솔직하게 대답할텐데.... 곤란하게 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첫 번째 격전지로 떠났습니다.
덧글
덕분에 글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겨울동안은 제주에서 일하시는거죠?
서울은 많이 춥네요!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IoE팀 분들 모두 건승하시길 빕니다!
제주도에서 계속 보면 좋은데.. 나두 곧 서울.. 아니... 우린 성남이우 ㅠ.ㅠ
베라무글 모뉴엘.. ㅠ.ㅠ
잘 보고 갑니다. 바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짬을 내주셔서 써주신데 감사하며
새해 福 많이 받으시고, 작년 훌훌 털어버리시고 을미년 한해에는 건승 되셨으면 합니다.
나름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서요..
궁금하신게 있으시면 맘 편하게 알려주세요.
제 메일주소는 xiapapa@gmail.com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