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엑소더스 : 황당한 상황.. 그리고 당황한 우리 (3) 가족 이야기

2014년12월 중순 현재, 저는 모뉴엘을 탈출했습니다.
매일 한 장씩 풀어볼까 했는데 쉬운게 아니네요.
짧지만 절대 짧지 않았던 지난 두달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실명 대신 이니셜과 약칭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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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일 먼저 뭘 해야 하지?

‘엑소더스’를 감행하기로 하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뭔지 생각해 봤습니다.

아직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 사실은 전사 직원 외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

휴대폰을 갖고 작은 회의실로 들어가 조용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 “간사님?! 안녕하세요. 모뉴엘입니다. 내일 혹시 다른 일정이 있으실까요?...
아니요. 그런건 아니구요. 뵙고 논의드릴 내용이 있어서 잠시 찾아뵐까 하는데..
아!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 2시까지 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빠르면 신문지상에 기사화되기 전에 전담기관 담당간사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부터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은 전담기관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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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섬입니다.

아름다운 섬이지요.
어디를 나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기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것도 그렇지만 전날은 표 구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웹투어 사이트에서 참 열심히 비행기표를 찾았습니다.

나 : “크~ 김포 가는 비행기랑 대전가는 KTX는 있는데 제주도 오는 표가 없어! 대전에서 제일 가까운 공항이 어디죠?”

A : "청주공항이 제일 가깝죠. 그래도 거기서 한시간은 더 가야 해요“

‘청주공항’!

있습니다. 표가 있더라구요.
(이런 날은 참 희한하게 표도 가장 비싸죠 -.-;;)

이른 아침 제주공항 첫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간 뒤 (2시간 소요), 김포공항에서 다시 용산역으로 이동 (30분 소요), KTX를 시간 맞춰 타고 대전으로 향하고 (2시간 소요), 대전역에서 전담기관까지 택시로 이동 (30분 소요) = 중간 중간 대기시간 포함해서 제주도에서 대전까지 6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점심시간을 넘겨 도착한 뒤 담당 간사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B : “바쁘실텐데 여기까지 직접 오셨네요^^;; 그냥 메일이랑 전화로 말씀하셔도 되는데요.”

나 : “아닙니다. 좀 심각한 얘기라서 직접 뵙고 설명을 드리는게 맞는 것 같아서요.
..... 저희 회사가 모뉴엘이 어제 날짜 기준으로 법정관리 신청했다고 합니다.”

B : “!”

나 : “저희도 어제 저녁에 일방 통보를 받은 터라 아직 공식화된건 아니지만 마냥 앉아있다가는 과제 해약까지 진행될 것 같아서요.”

B : "음..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나 : “간사님.. 제가 규정집을 다 살펴봤는데 ‘법정관리’나 ‘파산’이면 협약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른 조항에 ‘주관기관을 변경할 수 있다’고 써 있던데.. 제가 주관기관 변경을 추진하면 어떨까요?”

B : “잠시만요. 규정을 다시한번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
빈 회의실이 없어 담당 간사님의 안내로 들어온 구내식당 테이블에 앉아 역시 손에 들려주신 묽은 커피를 홀짝이는 내내 머릿속는 두꺼운 구름이 가득했습니다.
             :

B : "네~ 있네요. 가능합니다.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서 좀 어렵긴 하지만 안되는건 아니네요.“

나 : “그럼 주관기관 변경을 추진해 보겠습니다. 간사님게서 힘들고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지켜봐 주세요.”

B : “그렇게 하죠. 저도 새로 맡은 과제가 어이없게 빠그러지는건 볼 수 없습니다. 이쪽은 제가 막고 있을테니 차장님께서는 양도 가능한 업체를 빨리 찾아 주세요.
그런데.. 가능한 업체가 있겠습니까?”

나 : “... 없진 않을 것 같습니다. 나름 상도 받고 이래저래 성과가 알려진 프로젝트니까요. 감사합니다.”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제 빨리 제주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담기관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ETRI의 김박사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나 : “박사님. 접니다. 저 지금 대전에서 간사님 만나고 제주도로 돌아가려고요.”

C : “어? 간사를 직접 봐야 하는 일이 있어? 그건 그렇구 지난번 전시회때 잠시 빌려온 ‘배블’ 있잖어. 그것 우리 하나 주면 안돼? 여기저기서 자꾸 궁금해 해서 말야.”

나 : “돌아가는 놈이 그것 뿐일텐데.. 저희가 살펴보고 당장 쓸일이 없으면 ETRI에 드릴께요. 그리고, 다른 얘긴데요. 모뉴엘이 어제 저녁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C : "어? 이건 무슨 소리야?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나 : “그대로 진행되면 과제는 주관기관 귀책으로 협약 해지됩니다. 그래서 지금 간사님한테 알려드리고, 주관기관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C : “어! 맞다. 그런 방법이 있었지. 그래서 해도 된대? 간사만 동의하면 추진해야지. 신차장이 생각해 놓은 회사가 있어?”

나 : “알아봐야죠. 박사님도 아시는 업체 소개좀 해 주세요.”

C : "알았어. IoT에 관심있는 업체들이 많으니 나도 좀 찾아볼게.“

나 : “감사합니다. 진행상황은 계속 알려드릴께요.”

김박사님은 언제나 유쾌하십니다. 덩달아 저까지도 그분의 ‘찾아볼게’ 한마디에 힘이 나네요.

제주도에서 대전까지 이동시간 6시간..

담당 간사와 만나 의견을 나눈 시간 30분..

이제 제주도로 돌아가면 됩니다.

전담기관에서 대전역까지는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대전역에서 청주공항 가는 기차가 있다는 사실을 구글링으로 확인했었거든요.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청주공항에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는 저녁 6시30분!
공항 가는 기차는 2시반 기차 아니면 이후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고 하네요.
아무것도 없는 청주공항 대합실에 앉아 무거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얼키설키 엉킨 타래의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겨우 한 개의 매듭을 잘랐습니다.

아주 작은 매듭.. 전 시작점이 아닌 끝점 (격발지점)의 매듭을 잘랐습니다.




덧글

  • 밀꾸 2014/12/27 01:48 # 삭제

    우연히 모뉴엘 사태 정리기사를 보다가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접했습니다.
    기업소설 마냥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눈에 선하게 잘 쓰셨네요. 직접 겪으셨던 고생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지금은 탈출 성공 하셨다니 정말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
    짬짬히 연재 부탁 드릴게요~
  • 시아아빠 2014/12/29 01:41 #

    아이구... ^^;;
  • 구독자 2014/12/30 08:00 # 삭제

    저도 열심히 구독하고 있습니다
    빠른 연재부탁요 ㅡㅡ^
  • 참.... 2014/12/30 12:08 # 삭제

    빠른연재 부탁한다는건 무슨개념입니까? ㅉㅉ....
    재미있는글도아니고 개인블로그인데 님이 함부로 빨리해달라 그런말하는 처지양반이 아닌거같네요 인벤에 운창이라고있는데 ㅡㅡ 이거잘하던데 말투꼬라지가 똑같네요ㅉ....
  • 시아아빠 2014/12/30 13:31 #

    아이구 아닙니다^^;;
    제가 글 머리에 '매일 한장씩 쓰려고 한다'고 해 놔서 그런건데요.
    서로 싸우지 마시길...
  • 구독중^^ 2014/12/30 12:06 # 삭제

    로보청소기 잘쓰던 회사였는데 참아쉬운 회사네요... 탈출하셧다니다행입니다 겨울인데 몸조심하세요
  • 시아아빠 2014/12/30 13:32 #

    감사합니다 ^^
    모뉴엘 회사 그런거지 거기 있던 직원들은 참 열심히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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