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엑소더스 : 황당한 상황.. 그리고 당황한 우리 (2)
2014년12월 중순 현재, 저는 모뉴엘을 탈출했습니다.
매일 한 장씩 풀어볼까 했는데 쉬운게 아니네요.
짧지만 절대 짧지 않았던 지난 두달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실명 대신 이니셜과 약칭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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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떻게 하지?
말 그대로입니다.
방금 내 귀로 들은 그 ‘말 같지 않았던 말은 뭐지?’
‘나는 아니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잘 지내고 있던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기어코 제주도로 끌어 내리더니 지금 이 사태는 뭐냐고!’
우리 여왕님의 표현을 빌자면... “박OO의 사기에 걸려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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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옥에 있던 그 많은 직원들의 얼굴에는 낭패라는 두 글자가 크게 드리워져 있었구요.
무언가 해야 하는데 뭘 할지 몰라 다들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습니다.
“설마~ 아니겠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진짜 저것뿐이었습니다.
‘설마~’하는 기대감으로 그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구요. 몇몇 (비선 라인에 해박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사무실을 빠져나가 자기 살 궁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하루였습니다.
4.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그날 전 지금까지 쪼개져 들어오던 조각난 정보들을 하나 둘 퍼즐 맞추듯 맞춰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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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 황당을 넘어서 이제는 살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머릿속에는 하고 있던 일과 관계된 기관들, 가족, 동료, 지고 가야 할 짐, 버려야 할 것들이 순간적으로 어지럽게 흐트러졌습니다.
“댕~~~~!!!”
머릿속에 종이 울리더군요.
<첫 번째 종소리> |
첫 번째로 뇌리를 때린 ‘종소리’는 저에게 ‘과제 총괄 책임자’라는걸 상기시키더군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말입니다.)
<두 번째 종소리>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로 뇌리를 때린 ‘종소리’는 제가 잠수타면(친구나 지인의 도움을 빌자면 어떻게든 나 하나쯤 살아남겠지만 누구에게 부탁하는 그런 성격이 못되어서..) 벌어질 일들이 주루룩~ 나오더군요.
(나 역시 몰랐지만) 거짓말쟁이 ‘모뉴엘’ 때문에 죄없는 5개 참여기관들과 그 연구원들이 당할 피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함께 2년 넘게 별의 별 일을 당하면서 함께 헤쳐나온 팀원들은 무슨 죄가 있어 여기서 버림을 받아야 하는건지 화가 나더군요.
현 상황을 자각하고 나니 부담스럽더라구요.
‘우리 팀원들과 5개 기관까지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맞습니다.
저는 ‘과제 총괄 책임자’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을 살릴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종소리> |
한참 고민하고 있는데 세 번째 종소리가 울리더군요.
가족...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제주도로 간다고 했을 때 과감하게 맞벌이를 포기하고 따라와 준 여왕님과 우리 두 마리 공주들..
서울에서 걱정하고 있을 양가 가족들..
그리고, 제가 모뉴엘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고마운 친구와 지인들..
일단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긴 하네요.
신승민이 뭐라고 ‘가족’ 건사하기도 모자랄 판에 이 좁은 어깨에 5개 기관에, 팀원들에...
어쨌든 저는 ‘아빠’입니다.
그렇게 두달간의 ‘엑소더스’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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