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엑소더스 : 황당한 상황.. 그리고 당황한 우리 가족 이야기

2014년11월 말 현재, 저는 모뉴엘에 근무 중입니다.
그리고, 발악에 가까운 노력으로 오늘 저는 저희 팀원들과 함께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돌파구에 다달았습니다.
짧지만 절대 짧지 않았던 지난 두달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실명 대신 이니셜과 약칭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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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당한 상황

2014년 12월 20일, 개발실 전원이 사용하는 '밴드 게시판'에 심상찮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A : "뭐지?"
B : "누구 이거 뭔지 아는 사람 없어요?"

'공식적인 발표'라는 표현은 많이 봤지만 '대책회의'라는 표현은 익숙치 않아서 인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직원들은 뭔가 모를 두려움에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C : "뭐 별거 있겠어? 일단 가서 들어보면 알겠지."

PM 5:00...
한라산 중턱 첨단단지에 조성된 모뉴엘 R&D 센터의 연수동 2층 중강당으로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진짜 '별거 아닌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A : "어..? 이사님들이 다 모여 있네?! 보통 일은 아닌가 본데...?"

  • 전일, 회사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했음.
  • 빠르면, 금일 오후 내지 내일 중으로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 접수 예정.

5분 쯤 지났을까요?
중강당에 모여있던 직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법정관리 신청!

말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이틀 전에 올라온 기사는 그야말로 '1조 클럽!', '성공한 사업가' 등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칭찬 일색이었거든요.
(매경에 올라왔던 기사는 지금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기자분들 진짜 반성하세요.)

이런 상황을 '황당하다'는 말로 충분히 표현이 될른지는 모르지만 진짜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2. 당황한 우리

지금 저는 국책과제 총괄책임자입니다.
과제명이 엄청 긴 프로젝트를 5개 업체/연구기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2년 동안 '경잉진들의 국책과제에 대한 오해'와 '이익집단, 브로커들의 간섭', '내부의 적'까지 대응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나름 성과를 내었고, 이제 마지막 3차년에는 최종 결과물을 제대로 뽑아내는데 집중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과제 주관부처' 변경이 동시기에 발생하면서 금번 과제 예산마저 4개월이 지연된 10월8일에 입금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전담기관의 담당자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가능했습니다.

과제 예산이 확보되면 주관기관의 책임자는 각 참여기관 별로 예산을 분할해서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무런 법적 하자도 없고, 정부의 과제 관리규정에도 명시되어 있고 이미 예산도 모두 연구계좌에 들어와 있는데 10월12일을 즈음하여 예산 지급이 보류되더군요.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그저 '경영진이 승인을 보류하셨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할 뿐...

과제 예산이 4개월 지연되면서 이미 전 컨소시엄은 '비용 투입이 필요한' 연구수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

참여기관은 '예산 지급 독촉'을 하는데 아무런 이유없이 '경영진'과 '재무팀'이 잡고만 있고.. 한쪽에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다른 한쪽에는 '지급승인을 확정해 달라'고 설득하느라 진이 빠질 때였습니다.

10월20일..

당황스럽더군요.

그날 저는 그렇게 황당당황 사이를 빛의 속도로 왕복하고 있었습니다.

덧글

  • 지나가던 사람 2014/12/18 05:28 # 삭제

    아... 위로를 드립니다.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모뉴엘이라는 기업에 소비자로서 관심을 갖고 보고 있던 터라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고요, 그 안에서 겪으셨을 일을 이렇게 글로 풀어 주시니 위기관리 면에서 배울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이 궁금합니다..
  • 시아아빠 2014/12/21 00:55 #

    ㅠ.ㅠ
    배울만한게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 2014/12/18 17:28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시아아빠 2014/12/19 00:48 #

    ㅋ~~ 우린 코맥스로 확정됐어요.
    여기서 난 2월 말까지 있을라공.
  • 전직 모뉴엘리언 2014/12/18 23:08 # 삭제

    먼저 탈출하여 이직한 전직 모뉴엘리언으로서 아직 구직 활동 중인 과거 동료들을 생각하면 특히 제주도에 계신 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픕니다. 다함께 자리잡고 12월말쯤 우리팀은 송년회 하기로 했는데 아직 구직 활동 중인 팀원들이 더 많아서 날짜를 못 잡고 있네요. 늘 열심히 일하셨던 차장님인데.... 힘내세요!!!
  • 시아아빠 2014/12/21 00:54 #

    ?.?
    누구세요??? 비밀답글로 누군지 알려줘용^^
  • 김철수 2014/12/19 13:35 # 삭제

    마음 아픕니다.
  • 시아아빠 2014/12/21 00:54 #

    제 복이죠 뭐 -.-;;
  • 여러해살이풀 2014/12/24 16:28 # 삭제

    내 머리는 조각모음중...
    이 블로그를 통해 제주도 이사에 대해 정말 많은 정보를 얻었었는데...
    블로그지기님께서 모뉴엘 소속이셨군요.. 아..

    제가 제주도 이사를 알아보게 된 이유가 모뉴엘에 입사 지원을 했을때 부터 였거든요..
    비록 떨어졌지만..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 였습니다.

    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 시아아빠 2014/12/24 21:21 #

    ^______^;;
    끝없는 얘기겠지만 어쩌면 모뉴엘 입사가 안된건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제주도는... 음.. 제주도 그대로가 좋더라구요^^*
    지금 풀어내고 있는 얘기 끝머리에 아마 조금은 더 제주에 대한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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